축구 전설들의 마지막 무대, 과몰입해도 좋은 이유 [경기장의 안과 밖] 작성일 05-31 54 목록 <strong class="media_end_summary">찬란한 길을 걸어온 슈퍼스타들이 마지막 월드컵에 나선다. 디펜딩 챔피언 리오넬 메시부터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루카 모드리치 등은 출전이 유력하다. 국내 팬의 관심사는 손흥민이다.</strong>NBA의 필 잭슨 감독은 1997-1998시즌이 시카고 불스에서 마지막 시간이 되리라는 걸 알고 있었다. 프리시즌 첫 미팅에서 그는 선수들에게 시즌 핸드북을 나눠줬다. 제목은 ‘라스트 댄스(The Last Dance)’였다. 투지를 불태우기에는 ‘파이트(fight)’나 ‘워(war)’가 적절했겠지만, 그의 선택은 위대한 팀을 향한 찬사인 ‘댄스’였다. 시카고 불스는 그해 NBA 3연패를 달성했다.<br><br>FIFA 월드컵은 특별하다. 직접 그라운드를 누비든, 밖에서 그걸 구경하든 월드컵은 누구에게나 꿈같은 무대다. 오랜 세월 찬란한 길을 걸은 슈퍼스타라면, 그런 무대에서 라스트 댄스를 펼치고 싶다는 간절함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미국 대통령이 아무리 얄밉더라도 이번 여름 우리는 아메리카 대륙을 주목해야 한다. 전설들의 마지막 퇴근길을 목격해야 하기 때문이다.<br><br><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308/2026/05/31/0000038331_001_20260531084816201.jpg" alt="" /><em class="img_desc">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 ©AFP PHOTO</em></span></div><br><br>디펜딩 챔피언 리오넬 메시(38)는 북중미 월드컵 출전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나이가 만만치 않다. 지난 대회와 달리 이번 북중미 월드컵에서는 장거리 이동과 무더위가 상수로 작용한다. 현재 뛰고 있는 미국 MLS와 월드컵은 플레이 강도와 템포, 압박감이 전혀 다르다. 지나치게 완벽했던 4년 전 카타르 피날레도 심리적 장애물이다. 2022년 도하에서 메시는 월드컵 우승과 함께 축구 역사상 최고 레전드로 우뚝 섰다. 이런 영광은 무결점 상태로 영구 보존되는 편이 현명할지 모른다. 하지만 대세는 출전 쪽으로 기운다. 아르헨티나 현지 매체에서는 메시의 북중미 월드컵 출전을 기정사실로 다룬다. 리오넬 스칼로니 아르헨티나 감독도 “레오의 자리는 언제나 열려 있다”라며 레드카펫을 깔았다. 메시 없는 북중미 월드컵을 반길 사람은 별로 없다. 팬들도 세월의 무게를 잘 알기에 그에게 월드컵 2연패 달성을 요구하진 않는다. 단지 메시와 함께 영광스러웠던 20년 추억을 복기하고 싶을 뿐이다. 북중미 월드컵은 그의 앙코르 공연이라고 해도 좋다. 이기든 지든 메시가 축구 역사상 최고 선수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br><br><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308/2026/05/31/0000038331_002_20260531084816359.jpg" alt="" /><em class="img_desc">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 ©AP Photo</em></span></div><br><br>나이로 따지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41)에게 더 큰 일이긴 하다. 포르투갈 현지에서도 호날두를 후반 조커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최근 포르투갈 국가대표팀의 면면을 보면 그런 의견에 힘이 실린다. 브루누 페르난드스를 비롯해 곤살루 하무스, 비티냐, 주앙 네베스, 누누 멘데스(이상 파리 생제르맹), 베르나르두 실바, 후벵 디아스(이상 맨체스터 시티), 페드루 네투(첼시), 주앙 칸셀루(바르셀로나) 등 포르투갈 국가대표팀은 월드 스타들로 북적댄다. 호날두를 위한 ‘대대장 축구’를 고집하기엔 동료들의 퀄리티가 아깝다. 물론 호날두 역시 여섯 번째 월드컵 출전이 거의 확정적이다. 현역으로 뛰는 발롱도르 5회 수상자가 월드컵 명단에서 빠지는 상황은 상상하기 어렵다. 여전한 득점력도 선발론의 근거다. 최근 3년간 호날두는 A매치 28경기에서 25골을 터뜨렸다. 네 번째 시즌을 맞이하는 사우디 프로리그에서도 통산 득점이 127골에 달한다. 대대장이 여전히 골을 아주 잘 넣고 있다는 뜻이다. 오늘도 호날두는 6억6000만명 이상인 인스타그램 팔로어 앞에서 탄탄한 근육질 몸매를 뽐낸다. 메시와 달리 호날두에게 월드컵은 마지막 퍼즐 조각으로 남는다. 호날두라는 거대한 자아가 순순히 열세를 인정하고 싶진 않을 것 같다.<br><br>‘메날두(메시와 호날두)’ 10년 독점기를 깬 루카 모드리치(40)도 북중미 월드컵에서 라스트 댄스를 준비 중이다. 2003년 성인 무대에 데뷔한 모드리치는 지금 AC 밀란에서 프로 통산 23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다. 고령 이슈는 올 시즌 활약으로 깨끗이 지워졌다. 밀란에서도 그의 시야와 패스, 상황 판단 능력은 여전히 찬사를 받는다. 이번 월드컵은 모드리치의 10번째 메이저 대회(월드컵·유로)다. 하이라이트는 역시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이었다. 크로아티아는 준결승전에서 잉글랜드를 제치고 사상 첫 결승행에 성공했다. 결승전 패배에도 FIFA는 모드리치에게 골든볼(MVP)을 수여해 그의 영웅성을 기렸다. 다음 월드컵에서도 모드리치는 조국 크로아티아를 4강에 올려 ‘반짝 성공’이었다는 시선을 무색하게 했다. 메시·호날두와 달리 모드리치는 자국에서 여전히 절대적 지지를 받는다. 즐라트코 달리치 크로아티아 감독은 모드리치를 “우리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라 칭하며, 절대적 신뢰를 보낸다. 북중미 월드컵을 즐길 전 세계 축구 팬에게는 모드리치의 라스트 댄스도 절대 놓쳐서 안 될 무대다.<br><br><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308/2026/05/31/0000038331_003_20260531084816503.jpg" alt="" /><em class="img_desc">손흥민(대한민국) ©대한축구협회</em></span></div><h3><strong>활약 저조한들 누가 비난하랴</strong></h3><br><br>국내 팬들의 절대적 관심사는 역시 손흥민(33)이다. 대한축구협회와 홍명보 감독을 향한 비판이 거센 이유 중에는 이번 대회가 손흥민의 마지막 월드컵이라는 점도 크게 작용한다. 손흥민이 개인 통산 네 번째 월드컵 출전에서 활짝 웃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하는 국내 팬이 그만큼 많기 때문이다. 1992년생 손흥민은 대회 기간에 34번째 생일을 맞이한다. 2011년 AFC 아시안컵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메이저 대회 출전 경력은 월드컵 3회, 아시안컵 4회로 채워진다. 이 중에서 손흥민이 웃었던 대회는 원정 16강 진출에 성공한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이 유일하다. 2015년 아시안컵은 준우승 분루로 마감되었고, 독일전 환희가 있었던 2018년 러시아 월드컵도 최종 성적은 조별리그 탈락이었다. 그런데 상황이 여의치 않다. 국가대표팀 자체가 크게 흔들리는 탓이다. 주된 비난 타깃이 감독이라고는 해도 선수들에게 긍정적일 수 없는 분위기다. 최근 개인 경기력도 걱정이다. 2026시즌 미국 MLS에서 지금까지 손흥민은 리그 9경기에 출전했는데 득점이 없다. 9경기 연속 무득점은 손흥민 전체 커리어에서도 드문 골 가뭄이다. 지난 3월 유럽 원정 A매치 현장에서 손흥민은 ‘경기력 하락’ 질문에 “리스펙이 부족하다”라며 날카롭게 반응했다.<br><br>물론 이번 대회에서 손흥민의 라스트 댄스가 어떻든 그를 비난할 팬은 없다. 손흥민은 이미 국가대표팀 역대 최다 출전자(142경기)로서 한국 축구에 공헌했다. 만약 홍명보호가 8강에 진출하고 손흥민이 전 경기에 출전하면 대한민국 역대 월드컵 출전 경기 수에서도 홍명보(16경기)와 동률을 이룬다. 이번 대회에서 한 골만 더 넣어도 손흥민은 대한민국 역대 월드컵 최다 득점자(4골)가 되고, 네 골을 터뜨린다면 차범근(58골)과 A매치 최다 득점 부문에서 어깨를 나란히 한다. 손흥민은 늘 국내 축구 팬들에게 완벽한 스타, 절대적 존재였다. 본인 이상으로 그를 지켜보는 수많은 팬이 그의 눈부신 라스트 댄스를 고대한다.<br><br>월드컵 역사에서도 모범적 라스트 댄스 사례가 존재한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독일의 36세 공격수 미로슬라프 클로제는 후반 조커 역할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2골을 보탠 클로제는 월드컵 통산 16골로 역대 최다 득점자에 등극했다. 앞서 소개한 대로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 메시의 완벽한 라스트 댄스(마지막이 아닐 수 있지만)도 있었다. 생각해보면 손흥민 본인도 2025년 5월 UEFA 유로파리그 우승으로 토트넘 팬들 앞에서 완벽한 고별 공연을 펼쳤다. 그러나 성공과 승리가 라스트 댄스의 필수 조건은 아니다. 거기에는 승리나 패배 개념이 없다. 레전드가 남긴 모든 영광의 발자국이 함축된 마지막 춤사위이기 때문이다. 지난 20년 동안 우리의 축구 오감을 충족한 전설들이 만드는 영광의 순간을 놓치지 마시라.<br><br><strong>홍재민 (축구 전문기자·레드재민tv 운영) editor@sisain.co.kr</strong><br><br> 관련자료 이전 우주 개발…실패와 도전, 도전과 성공의 과정에서 성숙한다 [지금은 우주] 05-31 다음 안세영, '컨디션 난조' 극복하고 싱가포르오픈 결승 진출…야마구치와 격돌 05-31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