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의 그라운드] "나는 우크라이나를 대표한다"…코스튜크, 러시아 안드레예바와 결승 길목에서 만난다 작성일 06-03 40 목록 <strong class="media_end_summary">- 코스튜크, 스비톨리나 꺾고 생애 첫 그랜드슬램 4강<br>- 오픈 시대 첫 우크라이나 여자 선수 롤랑가로스 4강<br>- 다음 상대는 러시아 출신 19세 신성 안드레예바…스포츠를 넘어선 결승행 대결</strong><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81/2026/06/03/0000013407_001_20260603081615938.png" alt="" /><em class="img_desc">마르타 코스튜크가 롤랑가로스 여자 단식 8강에서 엘리나 스비톨리나를 꺾고 생애 첫 그랜드슬램 4강에 오른 뒤 감격하고 있다. 롤랑가로스 홈페이지 캡처</em></span></div><br><br>승자는 마르타 코스튜크였습니다.<br><br>  하지만 이날 필립 샤트리에 코트에 남은 이름은 단순히 코스튜크 한 명이 아니었습니다. 우크라이나였습니다.<br><br>  코스튜크는 2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 롤랑가로스에서 열린 2026 프랑스오픈 여자 단식 8강에서 같은 우크라이나의 엘리나 스비톨리나를 2-1(6-3, 2-6, 6-2)로 이겼습니다. 경기 시간은 1시간 49분이었습니다. 이 승리로 코스튜크는 생애 처음 그랜드슬램 4강에 올랐습니다.<br><br>  기록만 놓고 봐도 특별했습니다. 코스튜크는 오픈 시대 이후 롤랑가로스 여자 단식 4강에 오른 첫 우크라이나 선수가 됐습니다. 올 시즌 클레이코트 성적도 17승 무패로 이어갔습니다. 루앙과 마드리드에서 우승한 상승세가 파리의 붉은 흙 위에서도 멈추지 않았습니다.<br><br>  더 놀라운 건 4강까지 오른 과정이었습니다. 코스튜크는 16강에서 이 대회 4회 우승에 빛나는 이가 시비옹테크를 2-0(7-5, 6-1)으로 꺾었습니다. 시비옹테크는 롤랑가로스의 최근 시대를 지배한 선수였습니다. 그런 챔피언을 넘어섰기에, 코스튜크의 4강은 대진운이 아니라 실력으로 밀어붙인 진격에 가까웠습니다.<br><br>  그러나 이 경기는 기록보다 훨씬 무거웠습니다. 상대가 스비톨리나였기 때문입니다. 스비톨리나는 우크라이나 여자 테니스의 상징 같은 선수입니다. 전쟁 이후 국제무대에서 우크라이나의 목소리를 꾸준히 내왔고, 러시아 선수들과의 경기 뒤 악수하지 않는 원칙도 지켜왔습니다. 코스튜크에게 스비톨리나는 넘어야 할 상대이면서도, 먼저 길을 열어준 선배였습니다.<br><br>  그래서 이 8강은 단순한 우크라이나 선수끼리의 맞대결이 아니었습니다. 한 세대가 다음 세대에게 바통을 넘기는 장면이었고, 같은 깃발 아래 선 두 선수가 서로의 상처를 안고 싸운 경기였습니다.<br><br><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81/2026/06/03/0000013407_002_20260603081616009.png" alt="" /><em class="img_desc">마르타 코스튜크와 엘리나 스비톨리나가 경기 뒤 인사를 나누고 있다. 두 선수의 맞대결은 오픈 시대 첫 우크라이나 여자 선수 롤랑가로스 4강이라는 역사를 남겼다. 롤랑가로스 홈페이지 캡처</em></span></div><br><br>코스튜크는 경기 뒤 눈물을 보였습니다. 프랑스 L'Équipe는 그의 말 가운데 "나는 우크라이나를 대표하기 위해 이곳에 있다"라는 메시지를 전면에 세웠습니다.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으로 우크라이나가 다시 타격을 받은 직후 치른 경기였기에, 코스튜크의 눈물은 개인의 감격만으로 설명되지 않았습니다.<br><br>  테니스는 개인 종목입니다. 하지만 어떤 경기에서는 개인이 국가가 됩니다. 이날 코스튜크가 그랬습니다. 그는 스비톨리나를 이겼지만, 그 승리는 누군가를 꺾었다는 의미보다 더 컸습니다. 전쟁 속에서도 버티는 조국을 위해 뛰고 있다는 선언에 가까웠습니다.<br><br>  영국 The Guardian은 코스튜크의 이번 승리를 정신적 성장의 결과로 해석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감정 기복과 압박을 안고 싸웠던 코스튜크가 이제는 중요한 순간에도 무너지지 않는 선수로 달라졌다는 평가였습니다. 실제로 코스튜크는 2세트를 내주고도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3세트에서 다시 공격의 리듬을 되찾았고, 끝내 경기를 자기 손으로 닫았습니다.<br><br>  더 큰 이야기는 이제부터입니다.<br><br>  코스튜크의 4강 상대는 러시아 출신의 19세 신성 미라 안드레예바입니다. 안드레예바는 8강에서 소라나 크르스테아를 6-0, 6-3으로 완파하고 4강에 올랐습니다. 코스튜크와 안드레예바는 최근 마드리드 결승에서도 맞붙었습니다. 이번에는 그랜드슬램 결승행 티켓을 놓고 다시 만납니다.<br><br>  하지만 이번 대결은 단순한 리턴매치가 아닙니다. 우크라이나 선수와 러시아 출신 선수가 롤랑가로스 결승 길목에서 마주 섭니다. 네트 하나를 사이에 두고, 테니스의 승부와 전쟁의 그림자가 동시에 놓이게 됐습니다.<br><br>  코스튜크는 러시아 선수들과 경기 뒤 악수하지 않는 원칙을 이어온 대표적인 우크라이나 선수입니다. 이미 여러 차례 그 이유를 설명했고, 러시아 선수들이 전쟁에 대해 침묵하는 태도에도 강하게 문제를 제기해 왔습니다. 이번에도 그는 러시아 선수들의 침묵을 비판했습니다. "테니스에만 집중한다"라는 말이 전쟁 4년째를 맞은 우크라이나 선수에게는 더 이상 중립으로 들리지 않는다는 뜻입니다.<br><br><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81/2026/06/03/0000013407_003_20260603081616093.png" alt="" /><em class="img_desc">우크라이나의 코스튜크와 러시아의 안드리예바가 여자 단식 결승 진출을 다투게 됐다. 롤랑가로스 페이스북</em></span></div><br><br>물론 안드레예바는 이제 겨우 19세입니다. 세계 테니스가 주목하는 천재이고, 코트 위에서는 이미 나이를 뛰어넘는 침착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4강에서 그는 상대의 샷만이 아니라, 상대가 짊어진 역사와도 마주하게 됐습니다.<br><br>  코스튜크에게도 부담은 큽니다. 생애 첫 그랜드슬램 4강입니다. 게다가 상대는 최근 맞대결의 기억이 있는 강력한 선수입니다. 그럼에도 이번 경기의 의미는 승패 이전에 이미 커졌습니다. 코스튜크가 코트에 들어서는 순간, 그는 다시 우크라이나를 대표하는 선수가 됩니다.<br><br>  롤랑가로스의 붉은 흙은 늘 위대한 이야기를 남겼습니다. 나달의 왕국이 있었고, 세대교체의 순간이 있었고, 눈물의 우승도 있었습니다. 올해 여자 단식 4강에는 또 다른 이야기가 놓였습니다. 전쟁이 끝나지 않은 시대, 한 선수가 자기 나라를 어디까지 짊어지고 뛸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br><br>  코스튜크의 눈물은 승리보다 무거웠습니다.<br><br>  이제 그 눈물은 러시아 출신 안드레예바와의 결승 길목으로 향합니다.<br><br>김종석 채널A 부국장(전 동아일보 스포츠부장)<br><br>[기사제보 tennis@tennis.co.kr]<br><br> 관련자료 이전 코스튜크 돌풍, 스비톨리나도 삼켰다…생애 첫 롤랑가로스 4강 "우승하면 다시 공중제비 세리머니" 06-03 다음 AI 인재 양성 늘려도 줄줄이 유출…문제는 규모 아닌 구조 06-03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