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809] 왜 바둑 최고수는 ‘9단’일까 작성일 06-10 12 목록 <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25/2026/06/10/202606100629550366705e8e9410871751248331_20260610063209313.png" alt="" /><em class="img_desc"> 박하민 9단(오른쪽)이 김은지 9단을 꺾고 LG배 16강에 올랐다. [한국기원 제공]</em></span> 지난 9일부터 전북 전주에서 제31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본선 경기가 열리고 있다. 한국, 일본, 중국, 대만 등에서 쟁쟁한 우승 후보들이 출전하고 있는데 대부분 선수들이 ‘9단’이다. 한국 신진서, 신민준, 박정환, 일본 이치리키 료, 시바나 도라마루, 중국 리웨이칭, 대만 라이쥔 푸 등이 모두 9단이라고 언론은 소개하고 있다. (본 코너 1806회 ‘바둑에서 왜 ‘기왕(棋王)’이라 말할까‘ 참조)<br><br>‘단(段)’은 원래 계단이나 단계를 뜻하는 한자어이다. 기술이나 수련의 수준을 나타낼 때 단계별로 구분하는 데 사용됐다. 오늘날 바둑뿐 아니라 유도, 검도, 태권도 등 무도에서도 단위를 사용한다.<br><br>원래 단이라는 말은 일본에서 먼저 쓴 한자어로 ‘층계 단(段)’자를 쓴다. 한자어 사전에 따르면 단자는 금석문자를 보면 암벽에 돌조각이 떨어져 나와있는 모습과 몽둥이 수(殳)가 그려져 있었다.돌을 망치로 두드려 깎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단자에 ‘절단하다’나 ‘단련하다’라는 뜻이 있는 것은 돌을 깎는 모습에서 나온 때문이다. 단자는 후에 돌조각이 떨어져 나와있는 모습에서 ‘조각’이나 ‘단편’이라는 뜻이 파생되었다. 또 돌을 깎은 것이 마치 계단과 같다해서 ‘층계’라는 뜻까지 갖게 되었다.<br> 일본에서 무술 등에 단자를 사용한 것은 에도시대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615년 오사카성 전투에서 승리한 도쿠카와 이에야스는 막부체제를 본격적으로 갖추며 농업 경제에서 안정적인 생산기반을 만들기 시작했다. 에도 막부 때 바둑, 장기, 검도 등이 성행하면서 일정한 등급자격을 부여해야할 필요성을 갖게됐다. 이때 등장한 명칭이 단이었다. 단은 기술의 우열, 승패의 성과를 평가하는 말로 쓰이게 됐다. (본 코너 565회 ‘태권도에서 왜 ‘단(段)’이라는 말을 할까‘ 참조)<br><br>역사적으로 바둑의 단 제도는 일본의 혼인보 가문 등 전문 바둑가문이 발전시키면서 체계화됐다. 에도시대 일본에서는 이미 초단~구단 체계가 정립되어 있었고, 근대에 들어 프로 바둑 제도와 함께 널리 보급됐다.<br><br>조선시대 문헌을 보면 바둑 고수를 평가하는 표현은 많지만 현대와 같은 ‘○단’ 체계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반면 1920~30년대 신문을 보면 일본 기사들의 ‘단수(段數)’를 소개하거나 조선 바둑인들의 단수를 표기하는 사례가 등장한다. 이는 당시 조선 바둑계가 일본 기원(棋院)의 제도적 영향을 받고 있었음을 보여준다.<br><br> 그렇다면 왜 최고가 9단일까. 동아시아 문화에서 숫자 9는 특별한 의미를 지녔다. 한 자리 숫자 가운데 가장 큰 수이며, 완성과 극치를 상징했다. 왕의 용포에 아홉 마리 용을 새기고, 궁궐의 문에 아홉 개의 못을 박은 것도 같은 이유다. 9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최고 수준을 의미하는 상징이었다.<br><br>바둑의 단위 체계도 이러한 문화적 배경 속에서 자리 잡았다. 일정한 실력에 도달하면 초단이 되고, 이후 단계적으로 승단해 최고 수준인 9단에 이른다. 다시 말해 9단은 ‘더 이상 올라갈 수 없는 경지’를 상징하는 숫자였던 셈이다.<br><br>물론 현대 바둑에서 9단이 곧 세계 최강자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프로기사가 되면 비교적 이른 시기에 9단에 오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실제 실력 차이는 각종 국제대회 성적이나 랭킹으로 평가된다. 그럼에도 바둑계가 여전히 9단 체계를 유지하는 이유는 전통과 상징성 때문이다.<br><br> 과거에는 9단이 도달하기 어려운 절대적 경지였다면, 오늘날에는 프로기사의 최고 자격을 나타내는 명예로운 호칭에 가깝다. 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9단이라는 말에서 최고수의 이미지를 떠올린다. 숫자 하나에 오랜 문화의 기억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관련자료 이전 前 UFC 챔피언 꺾은 봉핌, 또 다른 前 UFC 챔피언 콜아웃 "JDM, 한 판 붙자!" 06-10 다음 ‘누적 상금 10억원 보인다’ 김가영, ‘20승’ 프로당구 새 역사까지 쓸까…스롱과 우승 다툼 06-10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