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포츠 구단 가치는 얼마…이제 한국 스포츠도 답해야 할 때[변종만 기고] 작성일 06-11 19 목록 <span class="end_photo_org end_photo_align_right"><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144/2026/06/11/0001120320_001_20260611171412367.png" alt="" /><em class="img_desc">변종만 (전)NH투자증권 리서치 연구위원·고려대학교 기술경영전문대학원 박사과정</em></span><br><br>프로야구와 프로축구를 둘러싼 한국 스포츠 산업의 풍경은 불과 10여 년 전과 완전히 달라졌다. 프로야구는 연간 1200만 관중 시대를 열었고, 프로축구와 농구, 배구 역시 지역 연고와 팬덤을 기반으로 하나의 생활형 콘텐츠 산업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스포츠는 더 이상 단순한 경기 결과의 영역이 아니다. 방송과 플랫폼, 지역경제, 부동산, 엔터테인먼트, 데이터 산업까지 연결되는 복합 비즈니스가 됐다.<br><br>그런데도 한국 스포츠 산업에는 여전히 답하지 못하는 질문이 하나 있다. “우리 구단의 가치는 얼마인가”라는 질문이다.<br><br>해외에서는 스포츠 구단 가치평가가 이미 산업 표준에 가깝다. 포브스는 매년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스포츠 구단 순위를 발표한다. 미국프로풋볼(NFL)의 댈러스 카우보이스 가치는 100억 달러를 넘어섰고, 미국프로농구(NBA)의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와 미국프로야구(MLB)의 뉴욕 양키스 역시 글로벌 대기업 수준의 자산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축구에서는 레알 마드리드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수조 원대 기업으로 평가된다.<br><br>반면 한국은 어떤가. 국내 프로스포츠 전체를 대상으로 공신력 있게 가치평가가 이뤄진 사례는 사실상 포브스코리아의 프로야구단 평가 정도가 유일하다. 그마저도 2022년 이후 중단됐다. 신세계의 SK 와이번스 인수 사례처럼 일부 거래는 있었지만, 이는 개별 인수·합병(M&A) 사례일 뿐 산업 전체가 참고할 수 있는 표준 지표는 아니다.<br><br>이 문제는 단순한 호기심 차원의 이야기가 아니다. 스포츠 산업이 커질수록 구단 가치평가는 투자와 정책, 지역경제와 미디어 전략을 결정하는 핵심 인프라가 된다.<br><br>실제로 해외 자본시장에서 스포츠 구단은 이미 하나의 독립 자산군(asset class)으로 인식되고 있다. 스포츠 구단의 투자수익률을 측정하기 위해 개발된 RASFI(로스-아크토스) 지수에 따르면, NFL·NBA·MLB·NHL 등 미국 4대 프로스포츠 구단 가치는 장기적으로 S&P500 수익률을 웃도는 흐름을 보여왔다. 경기 침체에도 상대적으로 가치 하락 폭이 제한되는 시장 비상관적(Stable & Non-cyclical) 특성 때문에 연기금과 사모펀드 등 기관투자자들도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이고 있다.<br><br>왜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 스포츠 구단은 희소성이 강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리그 가입 자체가 제한적이고, 지역 기반 팬덤은 쉽게 대체되지 않는다. 여기에 미디어 중계권 가치가 계속 상승하면서 구단은 단순 스포츠 조직이 아니라 콘텐츠 플랫폼 기업에 가까워지고 있다. NFL 전체 수익의 약 70%가 미디어 계약에서 발생하고 NBA 역시 절반 이상이 중계권과 콘텐츠 가치에서 나온다.<br><br>특히 최근 스포츠 산업은 ‘경기장 안’보다 ‘경기장 밖’에서 더 큰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로 변하고 있다. OTT 플랫폼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라이브 스포츠의 희소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팬들은 경기만 보는 것이 아니라 선수와 구단의 브랜드를 소비하고, SNS와 숏폼 콘텐츠를 통해 팀과 연결된다. 결국 스포츠 구단은 미디어·데이터·브랜드·팬덤이 결합된 복합 IP 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br><br>문제는 한국 스포츠 산업이 이런 변화에 비해 지나치게 ‘감각적 평가’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어떤 구단은 “인기가 많다”, 어떤 구단은 “팬덤이 강하다”, 어떤 구단은 “지역 영향력이 크다”는 식의 정성적 평가만 반복될 뿐, 이를 산업적 언어로 계량화하지 못하고 있다.<br><br>물론 스포츠 구단 가치평가가 쉬운 일은 아니다. 일반 기업처럼 단순히 매출과 이익만 보면 왜곡이 발생한다. 국내 스포츠 구단 상당수는 적자 구조다. 그러나 적자라고 해서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글로벌 스포츠 산업에서는 수익보다 브랜드와 팬덤, 미디어 노출력, 장기 콘텐츠 가치가 더 중요하게 평가되기도 한다.<br><br>그래서 해외에서도 평가 방식은 다양하다. 포브스는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와 중계권, 경기장 수익 등을 기반으로 기업가치를 산출한다. KPMG는 매출액에 다양한 조정 배수를 적용한다. 딜로이트는 수익창출 능력 자체에 집중한다. 일본 J리그 연구에서는 매출과 SNS 팔로워 수, 선수단 시장가치 등이 구단 가치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br><br>중요한 것은 완벽한 정답이 아니라 ‘공통 기준’이다. 산업 안에서 모두가 참고할 수 있는 공신력 있는 가치평가 체계가 필요하다.<br><br>한국 스포츠 산업도 이제는 재무적 가치와 비재무적 가치를 동시에 반영하는 하이브리드형 모델을 고민해야 한다. 단순히 영업이익만 보는 것이 아니라 팬덤 규모, 관중 수, SNS 참여도, 중계권 가치, 지역경제 기여도까지 함께 평가해야 한다.<br><br>예를 들어 재무적 영역에서는 매출과 EBITDA, 현금흐름을 평가하고, 시장·팬덤 영역에서는 관중 수와 브랜드 충성도를 반영할 수 있다. 미디어 가치에서는 중계권과 디지털 플랫폼 영향력을 측정하고, 공공가치 영역에서는 지역경제 파급 효과와 ESG 요소를 평가하는 방식이다.<br><br>특히 지역경제 효과는 앞으로 더 중요해질 가능성이 크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이미 경기장 건설과 운영 지원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그렇다면 해당 구단이 실제로 지역 소비와 관광, 고용 창출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객관적 평가가 필요하다. 스포츠 산업 정책 역시 ‘관중 수 증가’만이 아니라 ‘경제적 파급력’ 중심으로 진화해야 한다.<br><br>또 하나 중요한 것은 데이터 축적이다. 지금 한국 스포츠 산업에는 장기적으로 활용 가능한 구단 가치 데이터베이스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재무 정보와 관중 수, 중계 노출, 디지털 지표 등을 지속적으로 공개하고 표준화해야 한다. 그래야 투자자와 금융권, 정책결정자들이 스포츠 산업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br><br>장기적으로는 스포츠 구단 상장도 더 이상 낯선 이야기가 아닐 수 있다. 이미 해외에서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등이 자본시장과 연결돼 있다. 물론 한국은 아직 수익 구조와 지배구조 측면에서 넘어야 할 장벽이 많다. 그러나 스포츠 산업이 계속 성장한다면 결국 자본시장의 논리와 연결될 가능성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br><br>한국 스포츠 산업은 이미 충분히 커졌다. 이제 필요한 것은 ‘흥행 산업’에서 ‘평가 가능한 산업’으로 넘어가는 일이다. 공신력 있는 가치평가 체계는 단순한 숫자 작업이 아니라 한국 스포츠 산업이 다음 단계로 진입하기 위한 핵심 인프라가 될 것이다.<br><br><변종만 (전)NH투자증권 리서치 연구위원·고려대학교 기술경영전문대학원 박사과정> 관련자료 이전 [핸드볼 H리그 결산] ‘영플레이어’ 잠재력 확인한 인천광역시청, 2년 연속 최하위 속 빛난 세대교체의 희망 06-11 다음 전국 장애인 육상 스타들 구미 집결… 아시아게임 태극마크 향한 경쟁 시작 06-11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