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의 그라운드] 나브라틸로바의 R-22에서 노스코바까지… 윔블던을 물들인 요넥스의 시간 작성일 07-19 38 목록 <strong class="media_end_summary">- '아이소메트릭' 고집과 장인정신이 만든 전성기<br>- 결승 진출 2명을 포함해 8강 5명 점령<br>- 전미라·조윤정·장수정·백다연으로 이어진 한국 여자 테니스의 끈끈한 계보</strong><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81/2026/07/19/0000013769_001_20260719110709345.png" alt="" /><em class="img_desc">2026 윔블던 여자단식 챔피언에 오른 린다 노스코바. 요넥스 USA 홈페이지</em></span></div><br><br>최근 테니스 코트에는 요넥스 라켓을 쉽게 볼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메이저 무대뿐 아니라 동호인 대회에서도 특유의 사각 프레임을 형상화한 'y' 자 이미지가 눈에 자주 띄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우연이나 일시적인 유행이 아닙니다. <br><br>  얼마 전 막을 내린 2026 윔블던 선수권 대회는 요넥스의 독무대와 다름없었습니다. 여자 단식 8강 진출자 중 무려 5명이 요넥스 라켓을 들었고, 그중 린다 노스코바(22·체코)는 생애 첫 그랜드슬램 정상에 올랐으며, 결승 상대였던 카롤리나 무호바(30·체코) 역시 요넥스 유저였습니다. 단순히 한 선수의 깜짝 우승이 아니라, 정상 등극과 준우승 합작, 8강 다수 배출, 그리고 나오미 오사카의 잔디 코트 약점 극복까지 한꺼번에 터져 나왔습니다. 장비 브랜드 입장에서는 성적과 스토리, 역사와 미래를 동시에 확보한 기념비적인 순간이었습니다.  <br><br>  더구나 올해는 일본 요넥스 본사 창립 8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1946년 포도주통 마개 제조로 출발한 요넥스가 세계적인 라켓 스포츠 브랜드로 성장한 지 80년을 맞은 시점에 코트 위에서 가장 강력한 존재감을 다시금 확인한 셈입니다. 라켓 브랜드의 역사에서 메이저 대회 우승은 단순한 홍보 문구가 아닙니다. 오랜 기술 개발과 선수 후원, 그리고 현장의 피드백이 세계 최고 무대에서 결과로 증명되는 엄숙한 순간입니다.이번 대회 여자 단식 전체를 복기해 보면 요넥스의 든든한 뎁스(Depth)가 뚜렷이 드러납니다. 8강에는 오사카(29·일본), 자스민 파올리니(30·이탈리아), 엘리세 메르텐스(31·벨기에), 무호바, 노스코바 등 5명이 나란히 이름을 올렸습니다. 오사카는 세계 1위 아리나 사발렌카를 꺾는 저력을 보였고, 파올리니는 이탈리아 여자 선수 최초로 윔블던 8강에 두 차례 오르는 이정표를 세웠습니다. 메르텐스 역시 단식에서 처음으로 윔블던 8강 무대를 밟았습니다.  <br><br><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81/2026/07/19/0000013769_002_20260719110709475.png" alt="" /><em class="img_desc">2026 윔블던 여자단식 결승에 오른 요넥스 선수. 노스코바와 무호바.</em></span></div><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81/2026/07/19/0000013769_003_20260719110709560.png" alt="" /><em class="img_desc">2026 윔블던 8강 진출 선수 가운데 5명이 요넥스 라켓을 사용했다. </em></span></div><br><br>그중에서도 가장 빛난 장면은 역시 노스코바의 우승이었습니다. 노스코바는 결승에서 동료인 무호바를 꺾고 생애 첫 트로피를 품에 안았습니다. 요넥스는 노스코바가 어린 시절 페트라 크비토바의 모습을 보며 꿈을 키웠고, 2019년 요넥스 주니어 육성 프로그램인 'VAMOS·J'를 거쳐 마침내 메이저 챔피언으로 성장했다는 서사를 강조했습니다. 노스코바가 사용한 장비는 EZONE 98 라켓, POLYTOUR FORCE 125 스트링, POWER CUSHION ECLIPSION 5 WOMEN 테니스화입니다.  <br><br>  이 성과가 유독 흥미로운 이유는 요넥스와 여자 테니스의 인연이 매우 깊고 오래되었기 때문입니다. 요넥스의 공식 연혁을 보면 1970년대 말 빌리 진 킹,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 다이앤 프롬홀츠와 계약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빌리 진 킹이 여자 테니스의 권리와 시장을 넓힌 상징적 인물이었다면, 나브라틸로바는 압도적인 체력과 정교한 네트 플레이로 윔블던을 지배한 전설이었습니다. 요넥스는 그 시절부터 이미 여자 테니스의 최전선에서 브랜드를 구축해 왔습니다.  <br><br><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81/2026/07/19/0000013769_004_20260719110709636.png" alt="" /><em class="img_desc">윔블던에서 플레이하고 있는 빌리 진 킹(오른쪽)과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 </em></span></div><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81/2026/07/19/0000013769_005_20260719110709707.png" alt="" /><em class="img_desc">역대 윔블던 라켓 사용 주요 여자 선수</em></span></div><br><br>김철웅 요넥스코리아 회장은 이 대목에서 오래된 일화를 꺼냈습니다. 김 회장에 따르면 요넥스가 테니스 라켓의 신생 브랜드이던 시절, 빌리 진 킹과의 계약은 거대한 도전이었습니다. 회사는 킹의 까다롭고 다양한 요구 조건을 맞추기 위해 대회 때마다 전담 직원을 현장에 파견했습니다. 킹은 요넥스 공장을 직접 방문해 라켓의 무게와 밸런스, 타구감, 손에 전해지는 미세한 감각까지 깐깐하게 요구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러나 요넥스는 이를 부담으로 여기지 않고, 최고 선수의 세밀한 피드백을 고스란히 제품 개발의 자산으로 삼았습니다.  <br><br>  이렇게 축적된 장인정신은 요넥스 고유의 독창적 프레임인 '아이소메트릭(Isometric)' 기술로 만개했습니다. 일반적인 둥근 라켓과 달리 직사각형에 가깝게 상단을 사각으로 각지게 만든 이 디자인은 유효 타구면(Sweet Spot)을 획기적으로 넓혀주는 요넥스만의 독점적 기술입니다. 나브라틸로바의 전성기를 함께한 대표 모델 'R-7'과 'R-22'가 바로 이 사각 라켓의 시초였습니다. 나브라틸로바는 1982년 R-7을 들고 롤랑가로스에서 우승했고, 이듬해에는 R-22로 호주오픈, 윔블던, US오픈의 단·복식을 모두 제패했습니다. R-22는 여자 테니스의 파워와 체력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던 1980년대, 나브라틸로바라는 최강의 얼굴을 통해 요넥스의 존재감을 전 세계에 각인시킨 상징적 모델이 되었습니다. 필자가 테니스를 처음 접한 1980년 전후, 동네 코트에 가면 이 특이한 디자인의 요넥스 R 시리즈를 사용하는 동호인들이 대다수였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br><br>  그 사각 라켓의 DNA는 모니카 셀레스, 마르티나 힝기스, 엘레나 데멘티에바, 아나 이바노비치를 거쳐 오늘날의 오사카와 리바키나, 그리고 새로운 챔피언 노스코바에게로 쉼 없이 이어졌습니다.<br><br>  이 흐름은 한국 요넥스에도 남다른 의미로 다가옵니다. 요넥스코리아는 내년(2027년) 창사 50주년을 맞이합니다. 반세기 가까이 국내 테니스와 배드민턴 현장을 지켜본 김 회장은 이번 성과를 단순한 해외 뉴스로 보지 않습니다. 세계 정상의 선수가 라켓을 들고 남긴 위대한 장면들이 국내 동호인들과 자라나는 주니어 선수들의 기억과 꿈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1980년대 나브라틸로바의 R-22가 그랬던 것처럼, 지금 노스코바의 EZONE 98이 새로운 꿈의 씨앗이 되는 원리입니다.  <br><br><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81/2026/07/19/0000013769_006_20260719110709818.png" alt="" /><em class="img_desc">한국 테니스의 기대주로 꼽히는 백다연. </em></span></div><br><br>실제로 한국 테니스 현장에서도 요넥스는 척박한 환경 속에서 외롭게 세계 무대에 도전해 온 여자 선수들과 끈끈한 인연을 맺어왔습니다. 한국 주니어 테니스의 돌풍을 일으켰던 전미라, 단식 세계 랭킹 45위까지 오르며 당시 한국 여자 선수 역대 최고 기록을 썼던 조윤정, 그리고 조윤정 코치의 지도를 받으며 사제의 정으로 오랜 시간 코트를 지켜온 현역 장수정 선수가 모두 요넥스 라켓과 함께 발자취를 남긴 주인공들입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백다연(22·NH농협은행)이 그 바턴을 이어받아 요넥스 라켓을 쥐고 국내 여자 테니스의 다음 흐름을 힘차게 열어가고 있습니다.  <br><br>  국내 테니스 시장에서도 라켓 선택은 단순한 성능이나 제정적 조건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어떤 선수가, 어떤 무대에서, 어떤 스토리와 이미지를 남겼는가'가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입니다. 빌리 진 킹의 까다로운 요구를 제품에 녹여내던 시간, 나브라틸로바가 윔블던의 잔디를 지배했던 시간, 오사카가 아시아 테니스의 지평을 넓힌 시간, 그리고 노스코바가 차세대 챔피언으로 등극한 시간이 촘촘히 쌓여 하나의 거대한 '브랜드 기억'을 형성합니다.  <br><br>  라켓은 선수가 휘두르는 도구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오랜 세월 서사가 누적되면 그 도구는 곧 '역사'가 되고 '기억'이 됩니다. 일본 본사 창립 80주년과 요넥스코리아 창사 50주년을 통과하는 지금, 코트 위에 아로새겨진 나브라틸로바의 R-22에서 노스코바의 EZONE 98까지의 시간은 세계 테니스의 연대기이자, 한국 테니스 선수들이 코트 위에서 흘린 땀방울과 꿈의 기록이기도 합니다. 사각 프레임에 담긴 여자 테니스의 위대한 유산은 지금 이 순간에도 현재진행형입니다.  <br><br>김종석 채널A 부국장(전 동아일보 스포츠부장)<br><br>[기사제보 tennis@tennis.co.kr]<br><br> 관련자료 이전 젠틀몬스터 입은 삼성 AI 안경…가을 출격 앞두고 디자인 티징[언팩 프리뷰③] 07-19 다음 [챗ICT]'마그네슘 되고 칼슘 안되고'…다음 'AI 요약' 갈 길은 07-19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