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버티는” 인간, AI와 맞서는 숭고하고 아름다운 도전[김세훈의 스포츠IN ] 작성일 07-22 39 목록 <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144/2026/07/22/0001127361_001_20260722060814950.jpg" alt="" /><em class="img_desc">AI 카타고와 대국 펼치는 신진서 . 연합뉴스</em></span><br><br>인공지능(AI)은 이미 인간을 넘어섰다. 적어도 바둑에서는 그렇다. 2016년 알파고는 이세돌 9단을 꺾었고, 그 이후 바둑은 인간이 AI를 따라 배우는 시대가 됐다. 지금의 프로기사들은 AI를 스승으로 삼아 연구한다. 정석도, 포석도, 끝내기도 AI가 바꿔 놓았다.<br><br>그렇다면 인간과 AI의 대결은 끝난 것일까. 신진서 9단의 이번 카타고와의 3번기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br><br>신진서는 AI를 이긴 것이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AI보다 인간에게 유리한 접바둑 조건에서 승리했다. 그는 이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자신의 승리를 이세돌 9단의 알파고전 1승과 비교하지 않았다. 오히려 “인간이 AI를 상대로 어디까지 버틸 수 있는지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br><br>바로 이 대목이 중요하다. 이제 인간은 AI를 이길 수 있느냐를 묻지 않는다.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는가를 묻는다. 승리의 기준이 달라졌다. 결과보다 저항 자체가 의미가 되는 시대다.<br><br>더 흥미로운 것은 신진서가 AI를 흉내 내는 대신 자신의 바둑으로 돌아왔다는 사실이다. 처음에는 AI의 수법을 따라 했지만 오히려 쉽게 무너졌다. 결국 자신이 가장 잘 둘 수 있는 방식으로 돌아왔고, 그 선택이 2연승으로 이어졌다.<br><br>AI를 닮을수록 인간다움을 잃었고, 인간다움을 되찾자 가장 좋은 결과가 나왔다. 이 장면은 바둑만의 이야기가 아니다.<br><br>우리 사회도 이미 AI와 함께 일한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번역하고, 계산하고, 분석한다. 앞으로는 의사, 변호사, 회계사, 프로그래머까지 거의 모든 직업이 AI와 경쟁하거나 협업하게 될 것이다. 거의 모든 영역에서 인간은 계산 속도와 기억력, 정보 처리 능력으로 AI를 이길 수 없다.<br><br>그렇다면 인간의 역할까지 사라지는 것일까. 오히려 인간은 AI를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AI 시대에도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신진서가 AI처럼 두려 하지 않고 자신의 바둑을 선택했듯이 말이다.<br><br>스포츠는 그 의미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공간이다.<br><br>사격이나 양궁처럼 반복성과 정밀성이 중요한 종목은 언젠가 기계가 인간을 완전히 앞설 가능성이 크다. 장거리 달리기 역시 일부 휴머노이드 로봇은 이미 인간과 경쟁할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축구와 농구, 배구처럼 수많은 변수가 동시에 발생하는 종목에서는 아직 인간의 영역이 남아 있다. 순간적인 판단, 균형감각, 창의성, 동료와의 호흡, 찰나의 순간 이뤄지는 동작은 여전히 인간만의 무기다.<br><br>중요한 것은 어떤 종목이 먼저 AI에게 추월당하느냐가 아니다. 인간은 결국 거의 모든 분야에서 AI에게 뒤질 가능성이 크다. 그 사실은 이미 많은 사람이 인정한다. 그럼에도 인간은 계속 도전한다.<br><br>AI 시대 인간의 위대함은 승리에서 나오지 않을지 모른다. 냉정하게 말해 AI를 이기는 것이 인간의 목표는 아닐 수도 있다.<br><br>궁극적으로 질 수밖에 없는 AI에 끝까지 맞서 인간으로서 최대한 버텨보는 것.<br><br>신진서가 AI 시대를 살아갈 인간에게 던진 아름답고 숭고한 메시지다. 어쩌면 그게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가장 숭고한 ‘승리’인지도 모른다.<br><br>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관련자료 이전 프랑스오픈, 메이저 대회 최초로 ‘수익 배분’ 제안…선수 상금 체계 변화 신호탄 07-22 다음 ◇오늘의 경기(22일) 07-22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