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했던 날들 안녕, 통쾌한 메달 사냥…“살을 쏘니 살 맛 나요” 작성일 07-24 16 목록 <strong class="media_end_summary">[찐한 인터뷰] 휠체어 양궁 대표 김옥금, 이은희</strong><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28/2026/07/24/0002815553_001_20260724060214569.jpg" alt="" /><em class="img_desc">경기도 이천 장애인선수촌에서 양궁 연습을 하면서 환하게 웃고 있는 이은희(왼쪽)와 김옥금.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em></span> #아파트 베란다 앞에 한참이나 서 있었다. 하늘은 그저 파랬다. ‘한 걸음만 내디디면 우리 가족들이 편해지지 않을까.’ 나쁜 생각이 자꾸 머릿속을 스쳐 갔다. 30대에 갑작스럽게 찾아온 근육위축증. 걷기가 힘들었고, 몸에도 점점 힘이 안 들어갔다. “가족들한테 너무 짐이 되는 것 같아서” 우울증이 그를 삼켰다. 그러다가 주위 권유로 활을 잡았다. 김옥금의 나이, 53살 때였다.<br><br> #아이맥스관에서 본 사파리에 꽂혀서 아프리카로 날아갔다. 케냐 나이로비를 거쳐 탄자니아 세렝게티를 보고 킬리만자로로 가는데 차 사고가 났다. 함께 있던 이들은 경상에 그쳤는데, 너무 피곤해서 잠을 자고 있던 게 문제였다. 사고 충격을 온몸으로 받았다. 한국의 가족들에게 “임종을 보러 오라”는 연락이 갔을 정도로 중상이었다. 그 이후 다시 걷지 못하게 됐다. 이은희의 나이, 27살 때였다.<br><br> 김옥금(66)과 이은희(56)에게 장애는 별안간 찾아왔다. 자신보다 자신을 안타깝게 바라보는 가족들의 시선에 더 마음이 베였다. 하지만 지금은 가족들에게 ‘자랑스러운 국가대표’가 되어 있다. 활이 안내해 준 곳에 또 다른 삶이 있었다. <br><br> 둘 모두 활을 잡기 전까지 1년 넘게 고무줄 당기기만 했다. 근력을 키워야 했다. 활을 처음 쏘게 됐을 때 너무 기분이 좋았다. 지난달 경기도 이천 장애인선수촌에서 만난 김옥금은 “운동하고 집에 가면 빨리 다음날이 왔으면 좋겠다 생각했다”면서 “활에 미쳐서 차에 기름이 떨어진 것도 몰랐을 정도였다”고 했다. <br><br> 김옥금은 휠체어 양궁 시작 1년여 만에 태극마크를 달았다. W1(중증장애) 종목 국가대표로 2014 인천 장애인아시안게임 때 개인 동메달을 시작으로 2016 리우 패럴림픽 은메달과 항저우 장애인아시안게임(2023년 개최) 금메달을 따냈다. 그가 2017년 세운 국내 기록은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다. <br><br> 이은희는 다치기 전부터 운동을 좋아했다. 태권도도 하고 쿵후도 했다. 장애가 생긴 뒤 처음에는 일과 운동을 병행했다. 휠체어 럭비를 3~4년 했는데 너무 힘들어서 휠체어 양궁으로 종목을 바꿨다. 때마침 중증장애인을 위한 양궁 컴파운드 종목이 새롭게 생겼다. <br><br> 이은희는 “활이 날아가서 과녁에 맞을 때의 파괴력”이 너무 좋아서 활을 쏘고 또 쐈다. 김옥금과는 지난해 9월 광주에서 열린 2025 세계장애인양궁선수권대회 W1 여자 복식 종목에서 함께 짝을 이뤄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복식으로 두 달 정도 호흡을 맞췄는데도 최상의 결과를 만들어냈다. 김옥금의 경우 손자, 손녀가 보는 앞에서 ‘국가대표’ 할머니의 실력을 보여줄 수 있어서 더 좋았다고 한다. 이들은 지난 7월초 체코 노브메스토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에서 은메달을 합작해내기도 했다. <br><br> <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28/2026/07/24/0002815553_002_20260724060214606.jpg" alt="" /><em class="img_desc">경기도 이천 장애인선수촌에서 양궁 연습을 하고 있는 김옥금(왼쪽)과 이은희(왼쪽).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em></span> 이은희는 김옥금에 대해 “언니는 나이가 있는데도 나보다 더 열심히 해서 문제다. 교과서에 나오는 성실, 그 자체”라고 말한다. 이에 대해 김옥금은 “나이 먹으면서 게으름 피우면 욕먹는다. 남한테 민폐가 되는 것도 싫어서 더 열심히 하는 것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은희는 나보다 심한 중증인데 훈련을 멈추지 않는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고 했다.<br><br> 김옥금은 지난해 초 폐의 3분의 1을 절제하는 수술을 받았다. 이전과 호흡이 달라져서 자신감이 많이 줄어들었는데 활이 다시금 용기를 줬다. “양궁은 나에게 산소 같다”고 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대에 서면 아직도 “너무 즐겁고 행복하다”고 말한다. <br><br> 이은희는 양궁을 ‘산’에 비유했다. 계속해서 정복해야 할 그런 산. 다만, 장애인 운동시설이 점점 축소되고 있는 점은 너무 아쉽다. 두 사람은 “편의시설도 축소되고 있는데, 있는 시설이라도 안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br><br> 김옥금과 이은희는 권현주 감독의 지휘 아래 함태진, 박홍조와 함께 10월 열리는 2026 아이치·나고야 장애인아시안게임 W1 종목에 출전한다. 이번 대회에서는 참가 선수 부족으로 여자 복식 경기가 열리지 않아서 단체전 금메달에 함께 도전한다. 장애인아시안게임에 처음 출전하는 이은희는 “언니만 믿고 있다”고 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최고령 출전 선수’를 예약한 김옥금은 “아시안게임 때 성적이 좋으면 목표 했던 청룡장에 가까워진다. 목표를 꼭 이루고 싶다”고 했다. <br><br> 사대에 서는 순간, 목표는 단순해진다. 활을 10점에 꽂는 것. 어쩌면 그들이 매일 당기는 것은 활이 아니라 삶일지도 모른다. 이제 그 삶이 아이치를 향해 날아오르고 있다. 관련자료 이전 [테크 차이나] 비보(vivo), 출하량 11% 감소…제품 전략·AI·유통망 개혁 동시에 시험대 올라 07-24 다음 UFC 챔피언이 ‘배달·육체노동’을 마다하지 않은 이유…“나는 힘든 일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07-24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