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4만 노인, 어디서 어떻게 늙을 것인가[송석록의 생각 한편] 작성일 08-03 18 목록 [스포츠경향 송석록 경동대 교수(독일 루르대학교 스포츠학 박사)] 대한민국이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65세 이상 인구가 1084만 명, 전체의 21.21%다. 2016년 700만 명에서 9년 만에 384만 명이 늘었다. 전국 226개 시군구 중 170곳 이상이 이미 초고령사회이고, 서울도 20%를 넘었다. 더 눈여겨볼 신호는 1인 가구다. 70대 이상 1인 가구가 221만 명으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많다. 이제 질문은 얼마나 오래 사느냐가 아니라,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 누구와 어디서, 어떻게 늙을 것인가다. 답을 찾지 못하면 1084만 명의 노후는 돌봄지옥이 되고 국가 재정은 파탄에 이른다.<br><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144/2026/08/03/0001129638_001_20260803143112035.jpg" alt="" /><em class="img_desc">송석록 경동대 교수</em></span><br><br>■ 가장 저렴한 백신은 운동이다<br><br>노인의 40%는 빈곤층이고, 월평균 연금은 69만5000 원에 불과하다. 가난은 곧 건강 악화로 이어지는데, 비용 대비 효과가 가장 큰 방어책이 바로 운동이다. 호주 웨스트미드연구소의 10년 추적 연구에 따르면, 주당 5000 MET 이상 활동한 50세 이상은 뇌졸중, 심장질환, 암, 당뇨 위험이 절반으로 줄었고, 10년 후에도 질병 없이 독립생활을 유지할 확률이 2배 높았다. 규칙적 신체활동은 치매 위험을 21%, 알츠하이머 위험을 38% 낮춘다는 메타분석도 있다. 여기에 집단 운동은 우울과 고독을 낮추는 사회적 처방전 역할까지 한다. 고령층의 하루 여가시간은 7시간 3분, 이 시간을 어디서 누구와 보내느냐가 건강수명을 가른다.<br><br>■ 세계는 이미 운동을 일상으로 만들었다<br><br>성공 사례의 공식은 단순하다. 집 근처에서, 짧게, 관계가 생기는 운동이다. 하버드대학교에서 70여 년간 연구한 행복의 최고 조건은 관계였다. 일본 홋카이도 나카후라노초는 주민 387명을 체조지도사로 인증해 연간 151회 교실을 열었고 1,800명이 참여했다. 네덜란드 후마니타스는 요양원 150명 중 6실을 대학생에게 무료 제공하고 월 30시간 돌봄을 조건으로 세대통합을 제도화했다. 핀란드 로푸키리는 노인이 직접 협동조합을 만들어 공용 운동 시설을 갖춘 아파트를 짓고 스스로 운영한다. 수혜자가 아니라 주체가 된 것이다. 호주는 건강 상태를 8단계로 나눠 필요한 만큼만 지원해, 시설 입소 평균연령을 85세까지 늦췄다. 핵심은 시설이 아니라 동네였다.<br><br>■ 대한민국의 과제 - 콘크리트에 건강을 넣어라<br><br>이제 한국형 모델을 설계할 때다. 메가프로젝트가 단순 토건 사업으로 끝나선 안 된다. 대규모 토건 예산의 단 1~2%만 시니어 스포츠 인프라로 전환해도 폭증하는 의료비와 돌봄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이를 위해 정책, 공간·사람, 기술의 3대 전환이 필요하다.<br><br>첫째, 정책의 전환이다. 운동 처방을 건강보험 안으로 들여와야 한다. 경도인지장애 진단 시 주 2회 운동을 처방하고, 국민체육진흥공단의 국민 체력 100과 보건소 치매안심센터를 의무 연계하자. 기존의 ‘건강생활실천지원금제도’를 대폭 확장하여, 운동 목표를 달성하면 건강보험료를 할인해주거나 체육시설 이용권으로 환급해주는 ‘K-운동 리워드’를 도입하면 1084만 노인 모두에게 확장 가능한 강력한 예방 모델이 된다.<br><br>둘째, 공간과 사람의 전환이다. 3기 신도시와 서울시가 2040년까지 짓겠다는 실버케어센터 85개 등 신규 개발에 수영장, 낙상예방 체조실, AI 체력측정존을 갖춘 시니어 스포츠 허브 설치를 의무화해, ‘15분 생활체육권’을 도시계획의 핵심 지표로 삼아야 한다. 동시에 사람이 필요하다. 노인스포츠지도사는 2만3천 명으로, 노인 467명당 1명에 불과하다. 30시간 교육으로 주민을 지역 지도사로 인증하고 경로당을 사랑방에서 액티브 클럽으로 바꾸자. 65세 이상 고용률은 41.8%로 세계 최고지만 대부분 단순노무다. 은퇴한 60대를 예를 들어, 월 100만 원 ‘어르신 코치’로 재고용하면, 일자리와 돌봄을 동시에 해결하는 10만 개의 새로운 사회적 역할이 생긴다.<br><br>셋째, 기술의 전환이다. 대한민국이 AI 3대 강국을 선언한 지금, 해법도 AI 생활체육이어야 한다. 경로당마다 AI 낙상 예측 카메라와 운동 처방 키오스크를 설치해, 보행속도와 악력, 균형 능력을 측정하고 낙상 위험을 2주 전에 예측해 맞춤 체조를 처방하자. 이렇게 쌓인 1084만 명의 익명화된 데이터는 세계 최고 수준의 K-에이징 표준모델이 될 수 있다.<br><br>이 3대 전환은 어느 한 부처의 힘만으로는 이룰 수 없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국민체육진흥공단과 노인스포츠지도사 양성을 맡고, 보건복지부는 운동 처방을 건강보험 체계 안으로 끌어들이며, 국토교통부는 15분 생활체육권을 도시계획에 못 박아야 한다. 기획재정부 역시 치료 중심 재정을 예방 중심 재정으로 대전환하는 결단이 필요하다. 특히 문화체육관광부가 생활체육 정책의 컨트롤타워로 나서, 부처별로 흩어진 사업을 1084만 노인을 위한 하나의 국가전략으로 묶어내야 한다.<br><br>초고령사회는 위기가 아니라 설계의 문제다. 담장을 허물고, 노인이 스스로 공간을 만들게 할 때 돌봄의 대상은 삶의 주체가 된다. 담장 대신 운동화 끈을 묶는 노년, 그것이 우리가 설계해야 할 미래다.<br><br><송석록 경동대 교수(독일 루르대학교 스포츠학 박사)> 관련자료 이전 대한체육회, 전남드래곤즈 유소년 대상 '맞춤형 멘탈코칭 교육' 실시 08-03 다음 야구도 축구도 폭염과 전쟁...올해 최다 폭염 취소? 08-03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