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의 그라운드]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만 되풀이한 테니스 유망주들…그들에게 부족했던 자기만의 언어 작성일 08-04 28 목록 <strong class="media_end_summary">- 서울오픈 넥스트젠 인비테이셔널 출전 선수 8명, 천편일률 출사표<br>- 주원홍 협회장 "책을 읽어야 생각의 폭 넓어지고 색다른 말도 나와"<br>- 우승자에게 상금 500만 원과 서울오픈 챌린저 본선 와일드카드</strong><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81/2026/08/04/0000013880_001_20260804084512844.jpg" alt="" /><em class="img_desc">서울오픈 넥스트젠 인비테이셔널 웰컴 파티에 참석한 선수들이 한강에서 요트 탑승 체험을 하고 있다. 미국 대학에서 활약하는 김장준도 함께했다. 대한테니스협회 제공</em></span></div><br><br>"쉽게 주어진 기회가 아닌 만큼 최선을 다하겠습니다."<br><br>"좋은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br><br>"후회 없는 경기를 하겠습니다."<br><br> 서울오픈 넥스트젠 인비테이셔널 웰컴 파티에 참석한 10대 테니스 유망주 8명이 차례로 마이크를 잡았습니다. 말투와 표현에는 조금씩 차이가 있었지만 소감은 대체로 비슷했습니다. 어렵게 얻은 기회에 감사하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며, 자신의 기량을 모두 보여주겠다는 다짐이 이어졌습니다.<br><br> 장준서(15)는 짧게 "이번 대회 각오는 우승"이라고 했습니다. 김태우(17)는 "짜증 내지 않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고 자신과 약속했습니다. 오승민(17)은 승패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 있는 플레이를 마음껏 펼치겠다고 했고, 조민혁(17)은 1번 시드에 걸맞은 경기력과 좋은 멘탈을 보여주겠다고 밝혔습니다.<br><br> 진심이 부족한 말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선수들의 인사말이 하나같이 비슷하게 흘러가자 축사에 나선 주원홍 대한테니스협회 회장이 진심 어린 조언을 아끼지 않았습니다.<br><br><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81/2026/08/04/0000013880_002_20260804084512924.jpg" alt="" /><em class="img_desc">인사말을 하고 있는 대한테니스협회 주원홍 회장. 대한테니스협회 제공</em></span></div><br><br><strong>비슷한 인사말 뒤에 나온 '자기 언어' 주문</strong><br><br> "오늘 인사말을 하는 선수들이 다 똑같이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만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책을 많이 읽어서 다음에는 조금 더 색다른 멘트를 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br><br> 선수들을 나무라는 질책이라기보다 오랫동안 유망주들의 성장을 지켜본 테니스 선배의 애정 어린 주문이었습니다.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하려면 강한 서브와 포핸드뿐 아니라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자기 언어로 표현하는 힘도 필요하다는 의미였습니다.<br><br> 주 회장은 최근 강원 양구의 테니스 선수 휴게실에 도서 공간을 마련하겠다는 구상도 밝혔습니다. 대회와 훈련 사이의 빈 시간에 휴대전화만 들여다보기보다 책을 펴고 생각의 폭을 넓히자는 취지였습니다. 무작정 독서를 강요하기보다는 어린 학생 선수들이 책과 가까워질 수 있도록 독서 실천에 따른 보상도 제시했습니다.<br><br> "책을 읽지 않는 선수는 세계적인 플레이를 할 수가 없습니다. 책을 많이 읽는 선수에게는 혜택을 주겠습니다. 여기 계신 부모님들도 부탁드립니다."<br><br> 주 회장의 당부에 이날 행사에 참석한 선수들의 부모도 일제히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했습니다.<br><br><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81/2026/08/04/0000013880_003_20260804084512968.jpg" alt="" /><em class="img_desc">해비치 강동 테니스클럽에서 열리는 서울오픈 넥스트젠 인비테이셔널에 출전한 한국 테니스 유망주들</em></span></div><br><br>달변으로 유명한 프로골퍼 '탱크' 최경주에게 말 잘하는 비결을 물은 적이 있습니다. 뛰어난 골프 실력만큼 말재주도 '언더파 수준'이라는 평가를 듣는 그는 "평소 준비를 많이 한 덕분"이라며 웃었습니다.<br><br> 최경주는 골프를 시작한 1985년부터 선배들과 함께 있을 때면 말을 아끼고 어른들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들었으며, 간증 서적을 읽으면서 호소력 있는 표현도 배웠다고 했습니다.<br><br> 그는 자신의 골프 철학을 빈 잔과 계단, 잡초 등에 빗대곤 했습니다. 늘 비우고 다시 채워야 하며, 무리하게 뛰어오르기보다 한 계단씩 나아가야 하고,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꿋꿋하게 생명력을 키워야 한다는 뜻입니다. 스폰서와 팬을 향한 감사도 상투적인 한마디에 그치지 않고 도움을 준 사람과 그 이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했습니다.<br><br> 책을 읽고, 다른 사람의 말을 경청하고, 자신의 말을 되돌아보는 과정이 쌓여야 비로소 자기만의 언어가 생깁니다. 학생 선수에게는 이 또한 중요한 교육일 것입니다.<br><br> 테니스 역시 정답이 정해진 종목이 아닙니다. 상대의 움직임을 읽고 다음 샷을 선택해야 하며, 불리한 경기 흐름을 스스로 바꿔야 합니다. 실수한 포인트를 잊고 다시 집중하는 능력도 필요합니다. 주 회장의 당부는 독서를 통해 기른 사고력과 상상력, 감정을 다루는 힘이 코트 위 판단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뜻으로 들렸습니다.<br><br><strong>와일드카드 한 장을 향한 8명의 경쟁</strong><br><br> 이번 대회는 서울 강동구 해비치 강동 테니스클럽에서 3일부터 7일까지 열립니다. 조민혁(17), 장준서(15), 김태우(17), 오승민(17), 김동재(16), 김영훈(18), 황주찬(18), 오동윤(17) 등 국내 남자 주니어 8명이 2개 조로 나뉘어 리그전을 치릅니다. 각 조 상위 2명이 4강 토너먼트에 진출해 최종 우승자를 가립니다.<br><br> 우승자에게는 상금 500만 원과 서울오픈 챌린저 본선 와일드카드가 주어집니다. 준우승자는 상금 250만 원과 서울오픈 챌린저 예선 와일드카드를 받습니다.<br><br> 윤용일 대한테니스협회 미래국가대표 전임감독은 첫날 경기를 지켜본 뒤 "조민혁과 황주찬의 컨디션이 좋아 보인다. 두 선수 가운데 한 명이 우승할 것 같다"고 예상했습니다.<br><br> 조민혁은 폭염 속에서 경기를 마친 뒤에도 추가 훈련을 할 만큼 강한 의욕을 보였습니다. 선수들이 우승과 와일드카드를 향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가운데 대한테니스협회와 임규태 토너먼트 디렉터에게는 혹서기 온열질환 예방을 위한 세심한 경기 운영도 중요한 과제가 됐습니다.<br><br><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81/2026/08/04/0000013880_004_20260804084513026.jpg" alt="" /><em class="img_desc">서울오픈 출전권을 다투는 한국 테니스 유망주 8명이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대한테니스협회 제공</em></span></div><br><br><strong>강바람 너머 바라본 더 큰 무대</strong><br><br>행사를 마친 뒤 참가 선수들은 주최 측이 마련한 한강 요트 체험에 나섰습니다. 뜨거운 태양 아래 시원한 강바람을 맞은 10대 테니스 유망주들의 시선은 한강 너머 더 넓은 세계를 향하는 듯했습니다.<br><br> 이번 대회의 우승자는 한 명뿐입니다. 하지만 책을 읽고 공부하며 자신의 생각을 자기만의 언어로 표현하는 일에는 순위가 없습니다.<br><br>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말도 진심이 담기면 충분히 소중합니다. 다만 그다음에는 왜 감사한지, 이번 기회를 통해 무엇을 배우고 어디로 가고 싶은지를 자신의 말로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br><br> 세계적인 선수는 남들과 다른 샷만 구사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자신의 경기와 삶을 스스로 생각하고, 자신만의 언어로 설명할 줄 아는 선수이기도 합니다.<br><br>김종석 채널A 부국장(전 동아일보 스포츠부장)<br><br>[기사제보 tennis@tennis.co.kr]<br><br> 관련자료 이전 '무주 태권도원 2026 세계 태권도 그랑프리 시리즈', 9월 4일부터 나흘간 개최 08-04 다음 세종 장애인 펜싱팀, 전국대회서 금3·은3·동1 획득 08-04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