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877] 장기에서 왜 ‘상(象)’이라고 말할까 작성일 08-17 8 목록 <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25/2026/08/17/202608170658200492305e8e941087118222121234_20260817065910071.png" alt="" /></span> 장기판에서 ‘상(象)’은 한자어로 본래 코끼리라는 뜻이다. 중국 장기를 ‘상기(象棋, xiàngqí)’라고 부르는 것도 같은 이유이다. 장기에서 상은 실제로 ‘전투용 코끼리’를 나타내는 기물로 설명된다. 옛날에는 장기를 ‘상희(象戱)’라고도 불렀다. 말 그대로 풀면 ‘상(象)을 가지고 하는 놀이’ 정도가 된다. 국립국어원의 장기 관련 어휘에도 상희가 ‘예전에 장기를 이르던 말’로 올라 있다. (본 코너 1871회 ‘왜 '장기(將棋)'라고 말할까’ 참조)<br><br>장기는 기본적으로 전쟁을 놀이판 위에 옮겨놓은 것이다. 왕에 해당하는 장(將)을 중심으로 차, 마, 포, 상, 사, 졸 같은 여러 병종이 배치된다. 대한장기협회가 정리한 장기 용어에서도 상은 ‘象’ 자를 새긴 기물로, 한쪽에 두 개씩 놓이며 독특한 행마법을 가진 기물로 설명된다. <br><br>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왜 하필 코끼리인가 하는 점이다. (본 코너 1875회 ‘장기에서 왜 ‘차(車)’라고 부를까‘, 1876회 ’장기에서 왜 ‘마(馬)’라고 부를까‘ 참조)<br><br> 고대 중국에서 코끼리는 단순한 동물의 이름에 그치지 않았다. 고대 동아시아의 전쟁에서 코끼리는 낯선 상상이 아니었다. 특히 인도와 중국 남부 지역에서는 코끼리를 전쟁에 활용한 기록이 있었고, 코끼리를 탄 병사나 코끼리 부대는 강력한 군사력을 상징했다. 거대한 몸집과 힘을 가진 코끼리가 전투에서 일종의 전차처럼 활용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장기에서 상은 단순히 ‘코끼리를 흉내 낸 말’이라기보다 고대의 코끼리 전투부대를 상징하는 기물로 이해하는 편이 자연스럽다. 고대 인도의 차투랑가가 코끼리·말·전차·보병이라는 네 병종을 군대의 구성으로 삼았고, 이 전통이 동쪽으로 전해지면서 중국의 상기와 한국 장기의 ‘상’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 가능하다. 대한장기협회도 장기의 기원을 차투랑가와 연결하면서 상을 전투용 코끼리로 설명한다.<br><br>그런데 한국 장기의 상을 실제 코끼리의 움직임과 연결해 보면 재미있는 차이가 보인다.<br><br>상은 한 번에 멀리 움직인다. 앞뒤로 세 칸, 좌우로 두 칸 떨어진 지점으로 움직이는 독특한 행마를 한다. 그래서 장기에서는 마와 상의 움직임을 막는 ‘멱’이 매우 중요하다. 대한장기협회 자료에서도 멱을 마나 상이 다닐 수 있는 길목으로 설명한다.<br><br>물론 실제 코끼리가 그렇게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장기의 행마는 동물의 실제 걸음걸이를 그대로 재현한 것이 아니라, 전쟁이라는 추상적인 공간에서 각 병종의 역할과 특징을 규칙으로 만들어낸 것에 가깝다.<br><br>상은 마보다 움직임이 크고, 대신 장애물에 민감하다. 마와 상이 서로의 길을 열어주거나 막기도 한다. 그래서 실제 장기에서도 두 기물의 관계가 매우 중요하다. 장기 포진을 설명하는 자료에서도 마와 상이 서로의 위치와 활동을 결정하는 중요한 관계에 있다고 설명한다.<br><br>결국 장기판의 상은 코끼리이면서 코끼리 그 자체는 아니다. 여기에는 고대의 전쟁이 있고, 그 전쟁을 놀이로 바꾼 사람들의 상상력이 있다. 거대한 코끼리를 전쟁터의 한 병종으로 기억하고, 그것을 한 글자 象에 담고, 다시 작은 나무알 하나로 만들어 장기판 위에 올려놓은 것이다.<br><br>더 재미있는 것은 象이라는 글자가 단순히 코끼리만 뜻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코끼리의 모습을 본뜬 글자에서 출발한 象은 시간이 지나면서 ‘모습’과 ‘형상’, 그리고 어떤 것을 대신 나타내는 ‘상징’이라는 의미까지 품게 됐다.<br><br>그 작은 장기알 하나에는 코끼리라는 동물, 고대의 전쟁, 군사제도, 한자의 역사, 그리고 인간이 전쟁을 놀이로 바꾸어낸 오래된 상상력이 함께 들어 있다. 장기판은 작지만, 그 안에 들어 있는 세계는 작지 않다. 관련자료 이전 AI 패권 다투는 중국도 ‘녹색 기준’.. 한국은 데이터센터 속도전만 08-17 다음 [아시안게임 D-30] ①'하나의 아시아' 32년 만에 일본서…9월 19일 개막 08-17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